PPD 없으면 탈모·알러지 없을까? 헤나염색약 머리 엉킴의 진짜 원인
헤나로 염색할 때 머리가 엉킨다면, 대개 헤나 때문이 아니라 이미 화학 염색·탈색으로 상한 모발 때문입니다. PPD가 없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PPD의 독성 기전(논문 근거)과, 헤나 염색 시 엉킴을 줄이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설 연휴에 한 고객님이 이런 문의를 남겨주셨다. "워터헤나를 선물받아 염색했는데, 헤나는 머리카락이 엉켜서 많이 빠졌어요. 인디고는 머리를 감고 발라서 괜찮았고요. 그래도 화학염색보다 헤나가 낫다고 해서 계속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엉키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헤나로 염색할 때 엉킨다면 대개 헤나 때문이 아니라, 이미 화학 염색·탈색으로 상한 모발 때문이다. 답변을 드리려 논문을 뒤적이다 보니, 화학색소 이야기부터 정리하게 됐다.
PPD가 없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펍메드(PubMed)와 구글 학술검색에서 '헤나와 두피', '화학염색과 탈모' 같은 주제를 찾아보면, 화학 염색약의 위험을 지적하는 논문이 정말 많다. 한 논문(PMC9214764)은 염색약에 쓰이는 화학색소 32가지의 구조를 정리해 두었는데, PPD만 해도 MAPPD·DAPPD 등 여러 종류이고 대부분 아민류·페놀류·퀴논류 같은 방향족 화합물이다.
이들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잘 알려진 대로 지독하다. 알레르기성 가려움부터 시작해, 여러 자료가 신독성이나 발암 가능성까지 지적한다. 물론 유럽과 미국은 1~2% 수준의 농도에서는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채택했지만, 부작용과 농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논문은 상당히 많다.
기전도 꽤 밝혀져 있다. PPD가 피부에 닿으면 반응성 산소종(ROS)이 늘어 세포를 손상시키고, 피부에서 N-아세틸화를 거쳐 MAPPD·DAPPD로 바뀐다. 정작 이 두 물질은 독성이 약한 편인데, 문제는 PPD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될 때다. 이때 면역세포(수지상세포)가 활성화되며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산소가 있는 공간에서 PPD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과민해지고 염증·알레르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유롭기 어려운 부작용인 셈이다. (암과의 상관관계는 주로 설치류의 고농도 실험에서 보고되며, 먹지 않는 이상 저농도 노출이 암과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 왜 헤나를 바를 때 엉킬까
이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사실 건강한 머리는 잘 개어진 헤나염색약을 발라도 크게 엉키지 않는다. 헤나 염색의 원리는 그저 색소인 로손이 케라틴과 결합하는 것으로, 티백을 흰 냅킨에 올리면 찻물이 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헤나가 머리카락을 더 엉키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모발의 상태다. 일반 염색을 하면 산화제가 큐티클(모표피)을 들어 올려 화학색소를 침투시키는데, 이 큐티클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면 상처받은 머리카락끼리 서로 엉키게 된다. 문의하신 고객님도 그동안 화학 염색으로 머릿결이 상해 있었고, 그 상태에서 헤나를 바르니 엉킴이 두드러졌던 것이다. 참고로 워터헤나는 오일과 폴리쿼터늄 성분이 들어 있어, 오히려 가루헤나보다 바를 때 덜 엉킨다.
엉킴을 줄이는 방법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이미 상해서 엉키는 모발이라면, 염색 전에 가볍게 린스를 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한 뒤 바르면 도움이 된다고. (미용실에서 시술 전에 머리를 감기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헤나 자체가 헤어 트리트먼트만큼은 아니어도 모발을 반짝이고 부드럽게 정돈하는 성질이 있어서, 꾸준히 염색하면 나중에는 엉킴이 줄어든다.
이 부분은 근거도 있다. 박선자 님의 석사 논문 '화학 탈색과 천연헤나 염색이 모발 강도에 미치는 영향'은 모발을 고배율로 촬영해 꼼꼼히 분석했는데, 헤나만 꾸준히 한 모발은 모피질과 모수질이 도톰하게 차 있는 반면, 탈색 5회에 헤나 5회를 반복한 모발은 모피질 손상이 심각했다. 즉, 엉킴과 손상의 뿌리에는 화학 처리가 있고, 헤나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화학색소와 산화제에 오래 노출된 모발은 두피 가려움은 물론 손상과 엉킴으로 이어진다. 이미 상해서 엉키는 상태라면 린스 후 부드럽게 만들어 염색하면 되고, 그렇게 천연염색을 이어가면 모발 건강이 눈에 띄게 나아질 수 있다. 색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헤나·인디고 색상 가이드를, 왜 상한 머리엔 색이 덜 드는지는 헤나 염색 실패 이유를 함께 보시면 좋겠다.


